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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보물책 베스트 30

보물은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가 강조될 때 더욱 빛난다. 그래서 값비싼 나가는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한 권의 책이 더 소중할 수도 있다. 보물의 품목이 많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이 풍요롭다는 것을 증명하는 지표다.

어렸을 때 네모난 철제 깡통 속에 모아 두었던 구슬이며 딱지 그리고 온갖 잡동사니들이 보물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삶의 행복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보물 상자는 대게 추억으로만 기억될 뿐 어른이 돼서도 그것을 간직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책은 다르다.

보물처럼 여겨지는 책은 죽을 때까지 보관을 한다. 보물책은 한 권이 아니라 수백 권이 될 수도 있다. 책장에 새로운 보물이 추가될 때마다 느끼는 희열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다. 그 행복감 때문에 전문적인 보물책 사냥꾼이 되어 버린 사람도 많다.

2004년 한 해를 마감하면서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이라는 형태로 가장 많이 팔린 책들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는 약간 방향을 달리하여 월간 『Booksetong』에서는 많이 팔린 책보다 각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보물책에 관해 엽서와 온라인 설문을 통해 11월 한 달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

과연 독자들은 어떤 보물책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다.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모든 보물책은 그 자체로 소중한 의미를 가지는 것인데, 한정된 지면으로 인해 그 중 일부만을 소개할 수밖에 없는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조사의 초점은 어떤 책을 보물책으로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에 두었음을 미리 밝히며, 아울러 조사된 보물책 중 가장 많은 종수가 추천된 작가와 출판사들도 함께 정리해 보았다.

★ 나만의 보물책 베스트 30
순위 작품 작가 출판사
1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3 다 빈치 코드 댄 브라운 베텔스만코리아
4 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5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6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J. M. 바스콘셀로스 동녘
7 무소유 법정 범우사
8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9 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김영사
10 봉순이 언니 공지영 푸른숲
11 21세기 먼 나라 이웃나라 이원복 김영사
12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미치 앨봄 세종서적
13 그리스 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14 가시고기 조창인 밝은세상
15 그 남자 그 여자 이미나 랜덤하우스중앙
15 천사와 악마 댄 브라운 베텔스만코리아
17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켄 블랜차드 21세기북스
18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청년사
19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돌베개
20 월든 헨리 데이빗 소로우 이레
20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외 소담출판사
22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스펜서 존슨 진명출판사
23 미쳐야 미친다 정민 푸른역사
23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카타야마 교이치 작품
25 괭이부리말 아이들 김중미 창비
26 좀머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27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실천문학
28 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민음사
29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 앤디 앤드루스 세종서적
30 향수 파트리크 쥐스킨트 열린책들

‘나만의 보물책 베스트 30’은 5명 이상의 독자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도서들이다. 소설이 18종으로 전체의 6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체로 스테디셀러에 속하는 책들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러 최상위에 올라 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와 인류의 영원한 고전이라 할 수 있는『어린 왕자』가 1, 2위에 올랐다.

두 소설 모두 ‘사랑과 행복’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테마를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열다섯 살 소년과 백혈병에 걸린 소녀의 애틋하고 순수한 첫 사랑을 다루고 있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백혈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 주고 있는 『가시고기』,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다루고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는 최루성의 감성소설이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힘과 불변성이라는 보편적 테마를 다루고 있어 독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하나의 문장으로 전체 내용을 압축할 수 있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도 자유와 희망의 추구라는 인류의 보편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 진부해 보일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사랑과 행복은 영원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와 함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봉순이 언니』, 『괭이부리말 아이들』처럼 성장의 고통을 다루고 있는 ‘성장소설’들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상실의 시대』와 『키친』은 어린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현대 젊은이들의 고통과 방황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파하고 있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음은 물론 두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감수성으로 인해 신세대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앞서 살펴본 소설들과는 달리 모던한 주제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소설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기발한 상상력과 과학적 관찰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나무』, 악마적인 세계와 천진한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소설 세계를 구축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와 『개미』는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출간된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와 『천사와 악마』는 앞으로 어떤 소설들이 독자들의 새로운 관심사가 될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작가의 박학다식한 인문학적 교양과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가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어 신간임에도 불구하고 보물책 상위에 선정되었다. 세 작가 모두 열성적인 독자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보다 먼저 지식인들 사이에서 전 세계적인 마니아층을 형성한 소설이 있는데 바로 『그리스 인 조르바』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 마니아들이 작가에 대한 마니아가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인 ‘조르바’ 마니아들로 조르바의 낭만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비소설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은 『무소유』와 『지구별 여행자』이다. 소유욕과 무분별한 경쟁으로 인해 인간 본래의 행복을 망각하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들이다. 『월든』도 같은 맥락의 책이다.

소유의 욕망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얻는 마음가짐, 빠르게 사는 것보다는 느리고 여유 있는 삶을 강조하고 있다. 지혜롭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현실과 맞서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와 같은 처세 관련 책들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20년 동안 양심수로 복역하면서 가족과 친지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소라의 음악 방송에 소개된 독자들의 소박한 편지를 모은 『그 남자 그 여자』는 사람살이의 진솔한 내용을 담고 있어 독자들에게 애틋한 감동을 전해 준다.

조선 시대 실학자들의 청빈한 삶과 학문적 열정 그리고 낭만적 풍류를 보여 주고 있는 『미쳐야 미친다』, 사회 혁명은 물론 자신의 삶까지도 혁명으로 재구성해 나간 아르헨티나의 전설적 혁명가 게바라의 삶을 정리한 『체 게바라 평전』은 삶의 위대함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다. 비소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보물책은 단연 『21세기 먼 나라 이웃나라』이다. 교양 학습서로는 유일하게 추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쉽게 읽을 수 있고, 읽고 나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독자들의 이목을 끄는 책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책들의 순위가 내용의 질적 우수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순위보다 많은 독자들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책들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었으면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 독자들 개개인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책들이기 때문이다.

★ 2종 이상 추천된 작가
6종 류시화
5종 신경숙
4종 무라카미 하루키
박완서
법정
베르나르 베르베르
3종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조정래
파트리크 쥐스킨트
이문열
2종 공지영
김용옥
김진명
김훈
댄 브라운
로빈 쿡
미치 앨봄
사이쇼 히로시
스티븐 코비
스펜서 존슨
신영복
원성
이윤기
이청준
잭 캔필드
톨스토이
파울로 코엘료
한비야
황석영
헤르만헤세

작가가 없다면 책은 존재할 수 없다. 아울러 대개의 작가들은 여러 작품들을(물론 한 작품만 쓴 작가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로 하고) 생산해낸다. 그 중에는 많은 독자들이 사 보는 작품도 있고 그렇지 못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세계관이 변하지 않는 한 대개의 작품들은 같은 맥락을 유지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앞서 조사한 ‘나만의 보물책 베스트 30’의 내용을 보충하기 위해 2종 이상 추천을 받은 작가들을 정리해 보았다. 대개의 작가들이 앞의 조사에 포함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신경숙과 박완서이다. 각각 5종과 4종이 추천되었지만 30권 안에는 들지 못했다.

많은 종수가 추천되었다는 것은 그의 전 작품이 독자들에게 고른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용옥, 김진명, 김훈, 원성, 이문열, 이윤기, 이청준, 조정래, 한비야, 황석영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이지만 마찬가지로 30권 안에 들지 못했다. 객관적 집계를 근거로 하는 베스트셀러와 개인의 취향에 근거한 보물책의 차이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세계적인 문호 헤르만 헤세와 톨스토이, 추리소설 『복제 인간』으로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로빈 쿡, 『아침형 인간』의 사이쇼 히로시, 『성공하는 십대들의 일곱 가지 습관』의 스티븐 코비 등의 경우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나만의 보물책 베스트 30’과 2종 이상 추천을 받은 작가를 비교 검토한다면 나름대로 의미 있는 분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출간 도서 중★
5종 이상 추천된 출판사
12종 김영사
9종 문학동네
민음사
랜덤하우스중앙
열린책들
열림원
8종 창비
7종 푸른숲
문학사상사
5종 문학과지성사
샘터
해냄

출판사는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 주는 교량과 같다. 무슨 책을 어떤 목적으로 낼 것인가에 대한 출판사의 기획 마인드는 해당 출판사의 성향을 독자들에게 알려 주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우선 추천된 종수 중 특정 작가의 분포도를 살펴보면, 전체 12종이 추천된 출판사 중 문학동네는 신경숙과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이 각각 4종과 2종을 차지하고 있고, 민음사는 요시모토 바나나가 3종을 차지하고 있으며, 김영사는 스티븐 코비가 2종을 차지하고 있다.

9종이 추천된 출판사 중 랜덤하우스중앙은 겹치는 작가가 없으며, 열린책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각각 4종과 3종을 차지하고 있고, 열림원은 류시화가 3종을 차지하고 있다. 7종이 추천된 출판사 중 푸른숲은 공지영과 한비야가 각각 2종씩 차지하고 있으며, 문학사상사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4종을 차지하고 있다. 5종이 추천된 출판사 중 문학과지성사와 샘터사는 겹치는 작가가 없고, 해냄은 조정래가 3종을 차지하고 있다.

김영사, 랜덤하우스중앙, 문학과지성사, 샘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특정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셈이다. 그러한 결과는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고,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역량 있는 작가의 발굴이라는 면보다는 권위 있는 작가에 대한(이미 독자들에게 검증이 된, 판매량이 보장된) 기획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이상으로 ‘나만의 보물책’에 대한 조사 결과를 개략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설문에 참여해 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여러분의 책장에 소중한 보물책들이 한 권 한 권 쌓여나가길 기대해 본다.